2. 확산이론
확산이론은 한 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초점을 둔 이론이다. 한 나라에서 사회복지정책을 시작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선진복지국가의 경험에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복지정책의 확대 과정은 국제적 모방과정이다. 이는 한 국가의 제도적 혁신이 인근 국가로 확산되는 것인 동시에 선진국으로부터 후진국으로의 관념과 기술의 이전 과정이기도 하다.
확산이론은 Taira와 Kilby(1969) 및 Collier와 Messick(1945)이 주장했다. Taira와 Kilby는 사회보장 발전과 국가의 지리적 위치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럽대륙 국가들은 다른 선진국이나 비유럽 국가보다 먼저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복지비를 지출하고 있었는데, 이는 유럽대륙 국가들의 지리적 근접에 기인한다고 이들은 보았다. 전 세계 59개국을 분석한 Collier와 Messick도 경제발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유럽 및 남유럽 국가들이 유럽선진국 복지국가들의 영향을 받아 사회보장을 확대했고, 영국 신민지 국가 중 영국인들이 정착한 국가들에서 유럽식 사회보장이 도입된 것에서 확산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보면, 1911년 영국의 국민보험이 독일 비스마르크 사회보험을, 한국의 각종 복지제도, 특히 건강보험은 일본의 건강보험을 거의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지적했듯이 서유럽에서의 사회보장 확산 순서는 경제성장과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확산 순서와 일치한다. 따라서 과연 모방의 영향이 독립된 변수인지가 의문스럽다. 그리고 이들은 선진국으로부터 비선진국의 순서로 사회보장이 확산하여 간다고 주장했다. 농업 노동력 인구비(근대화 지수)와 사회보장 도입 시기(확산 순서)를 비교 · 분석한 결과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근대화가 영국에 비해 뒤진 독일에서 영국보다 한 세대 먼저 사회보험을 시작하였다. 이들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역 환산을 인정했다. 그리고 각국의 제도들은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많은 차이를 보이며.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상황(예컨대, 사회보험 도입 이전의 공제조합 조직 수준 등)도 나라마다 다르다. 이는 제도의 최초 도입 시기만으로 확산과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Flora와 Alber, Heclo(1974), Kuhnle(1981) 등에 의하면, 확산 효과는 미미하다. 유럽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공통적으로 세계 최초로 시행된 독일의 사회보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Flora와 Albrt는 제도 도입에 있어 확산 효과보다는 국가 내부의 사회경제적 · 정치적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Heclo는 독일의 사회보험 경험이 스위스에서의 사회보험 도입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영국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사회보험을 분석한 Kuhnle은 확산이론이 독일 사회보험 도입 이전의 제도들, 사회보험 대상의 차이(강제 가입 여부 등), 국가 간의 사회경제적 · 정치적 조건의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로그램별로 쪼개 보면, 독일의 사회보험이 핀란드의 산재보험, 스웨덴의 노령연금, 노르웨이의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에 미친 영향만 확인되고, 덴마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확산이론에 서는 사회복지정책 관념의 국가 간 이전도 중시하는데 사회복지정책의 도입에 있어 관념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제도의 현실화와 입법화에는 더욱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사회복지제도의 국가 간 확산 여부를 떠나 이론은 논리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 한 국가의 사회복지제도가 다른 국가의 것을 모방한 것이라면, 복지의 원인이 복지가 된다. 이는 범죄의 학습이론에서 보듯이 동어반복이다. 범죄가 범죄를 낳는다는 것과 복지가 복지를 낳는다는 것은 동일한 것이다. 그리고 한 국가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 다른 나라의 같은 제도(이미 그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을 경우)를 참고하는 것은 분명하다. 단지 참고만 하는 것을 그 원인이 된다고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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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익집단론
이익집단이란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들의 조직체"를 말한다. 이익집단론 은 사회복지정책을 이러한 이익집단들 간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로 간주한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진전과 함께 이익집단들의 요구 커지고 다양화해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보통 이익집단이라고 하면 노동조합이나 경영자단체, 그리고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직능단체가 먼저 연상된다. 하지만 이제 이익집단은 계급이나 직능을 넘어 연령, 인종 언어, 종교를 중심으로 결성되기도 한다. 퇴직한 노령층의 이익집단화가 좋은 예이다. 이들은 숫자도 많고, 투표율도 높으며, 정치적으로 활동적이다.
그리고 이익집단은 경제적 다양화와 정치적 민주화의 결과로만 결성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집단행동으로도 조직되고 또 조직력이 강화된다. 공통의 이익을 중심으로 집단이 형성되고, 이들 집단의 행동을 통해 이익을 관철시키게 되면, 집단 역동성은 더 강해진다.
이익집단의 성장은 정부 지출의 증대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이익집단이 구성원들의 집단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에 대해 가하는 압력은 결국 복지비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한 경쟁을 통해 제도적 질서를 만들어가는 체제라 할 수 있다. 정당은 정책을 형성하는 집단이라기보다는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모인 느슨한 연합체에 가깝다. 이때 잠재적인 이익집단이 정치 지도자를 중심으로 조직화 되고, 그 대표자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선거에 조직적으로 참여한다면 상당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 지출은 이익집단들이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벌이는 정치적 단체활동의 정치적 과정이다.
한편 이익집단론에서 중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익집단론은 기본적으로 사회는 안정되어 있고, 권력은 분산되어 있어 한 집단(또는 계급)이 지배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전제(이를 다원주의라 한다)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이익 상충을 조정하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컨대, 보건의료 분야에서 의료 소비자인 국민과 그 생산자인 의료 전문직 간의 갈등을 중재하여 타협에 이르게 하는 게 국가의 임무인 것이다. 이때 국가는 중립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비중립적이고, 국가가 중재하는 경우라도 대중의 이익보다는 국가 자체의 이익을 더 중시한다는 비판과 권력이 분산되어 있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익집단론은 제도를 높고 서로 다른 이해로 가진 집단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각 집단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폭로함으로써 정책과 이익집단들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익집단들의 영향력 행사를 생동감 있게 포착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계급과 대비해보면 취약점이 드러난다. 즉, 이익집단론에 의하면, 권력은 적대적인 계급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정권을 포함한 권력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여러 집단으로 구성된다. 이 말은 권력의 한 범주로서의 계급을 경영자, 노동조합, 정당, 정부기구 등으로 대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계급 간의 갈등이나 투쟁이 압력집단 간의 소전투로 환원되는 결과를 낳는다. 다시 말해서, 복지국가와 복지국가 내의 다양한 사회복지정책들은 자본과 노동 간의 대립이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이익단체 간의 대립과 타협의 산물로 해석되는 것이다. 예컨대,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는 의사나 약사 등 몇몇 집단이 행사하고 있는 지배력과 전문적 지식 및 제도적 통제를 통해 자기 권력을 제도화하여 자기 이익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데서 오는 것으로 간주된다, 계급을 이익집단으로, 계급갈등을 이익집단 간의 갈등으로 대치하는 것은 대중의 관심을 특정 쟁점(예컨대, 보건의료 부문)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위기에 처한 것은 그 부문만이 아니라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결국 상황을 이렇게 인식하면, 자본주의의 계급권력관계를 초월하여 자본주의를 강화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봉사하게 된다.
다른 한편은 "1975년 이후 복지국가의 성장에서 계급의 영향은 줄어든 반면 특정한 직업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압력집단의 영향은 점점 더 커졌다."고 말한 바가 있다. 복지국가 성립 이후 국가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있어서 계급보다는 이익집단의 힘이 더 강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정책이 있어서 이익집단의 비중과 위상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몰라도 이익집단의 힘이 계급보다 더 강하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코포라티즘 때문에 그렇다. 전술한 대로 코포라티즘은 거대한 노조(계급)가 출현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수준에서 임금 · 근로조건 등 노사 간의 주요 현안을 협상하고 정부가 이를 중재하며, 나아가 정부와 노사 간의 현안인 물가와 복지 등의 문제를 상의 · 결정하는 삼자협동주의가 정착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사회의 특징을 지칭한다. 삼자협동주의의 양 당사자인 노조와 자본가단체는 이익집단에서 말하는 평범한 이익집단에서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거대한 힘ㅇ르 가진 '통지기구'로 변화되었다. 이들 기구는 강력한 권력을 보유하면서 그들 자신의 회원들을 자체적으로 통제하게 되고 따라서 대중의 소요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가적 현안이 이렇게 의회 밖에서 삼자에 의해 결정되자 의회의 정책 결정권한이 상당히 약화되었으며, 이런 정책 결정구조는 사회복지정책의 확대 · 발전에도 큰 영향력을 주었던 것이다. 여하튼 전후 코포라티즘 체제의 구축은 국가정책에 대한 영향력에서 이익집단보다는 계급의 힘이 훨씬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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