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복지국가와 코포라티즘
코포라타즘이란 다원주의의 변종으로서 거대한 노조가 출현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수준에서 임금 · 근로조건 등 노사 간의 주요 현안을 협상하고 정부가 이를 중재하며, 나아가 정부와 노사 간의 현안인 물가와 복지 등의 문제를 상의 · 결정하는 삼자협동주의가 정착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사회의 특징을 지칭한다. 삼자협도주의의 양 당사자인 노조와 자본가단체는 다원주의에서 평범한 압력집단에서 '통치기구'로 변화된 거대한 힘을 가진 조직을 말한다. 이들 기구는 예외적인 권력을 보유하면서 그들 자신의 회원들을 자체적으로 통제하게 되고 따라서 대중의 소요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가적 현안이 이렇게 의회 밖에서 삼자에 의해 결정되자 의회의 정책 결정권한이 상당히 약화되었으며, 이런 정책 결정구조는 사회복지정책의 확대 ·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다시 말해서, 코포라티즘은 복지국가의 정상과 확대를 이끌어 낸 유력한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코포라티즘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초까지 소급된다. 뒤르껭과 뒤펭의 직능조합론이 그것이다. 직능조합 또는 직능단체란 전국적으로 조직되고, 기능적으로 분리되며, 민주적인 대표성을 가지고, 자율적이며, 회원 가입은 강제적이고, 중앙의 권위에 의해 조합들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며, 법에 의해 설립된 조직체를 말한다. 이들은 이런 직능조합들이 국가의 기초가 되어 자본주의의 각종 병폐를 시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코포라티즘은 유럽 각국이 정치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던 전간기간(제1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에 정치적 혼란의 극복방안으로 활발히 논의되었다. 특히 당시 유럽에서 후진국이었던 루마니아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후진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코포라티즘이 제시되었다. 코포리타즘을 계급투쟁, 상업주의, 물질주의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믿은 사람들은 국가 질서를 직능조합질서로 등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위계서열의 저변에 근로자들의 조합을 두고, 그 위에 장인과 예술가들의 조합, 경제적 리더십의 조합(경제단체), 정상에 정치적 리더십의 조합(정치단체)을 위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관념은 파시즘으로 연결되었다.
코포라티즘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 들어 서유럽 각국에 복지국가가 확대되면서 재개되었다. 1970년대 중반 Schmitter, Lehmbruch, Pahl, Winkler 등은 전전의 권위주의적 코포라티즘과는 다른 신코포라티즘, 자유주의적 코포라티즘, 민주적 코포라티즘, 사회적 코포라티즘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등장에 주목했다.
Schmitter는 코포라티즘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사회적 코포라티즘으로서 국가로부터 이익단체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아래로부터의 진화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민주적 복지국가) 다른 하나는 국가 코포라티즘으로서 이익단체들이 국가에 종속되고, 위로부터의 권위적 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운영되는 체제를 말한다. 반자유주의적 · 신중상주의적 체제, 즉 파시즘 체제를 말한다.
Lehmbruch 역시 권위주의적 코포라티즘과 새로운 자유주의적 코포라티즘을 대시시몄다. 자유주의적 코포라티즘은 대규모 사회집단이 국가의 공공정책(주로 경제정책) 결정에 참여하며, 참여하는 제 집단 간에 협력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고전적 자유방임주의 경제로부터 조직적으로 통제되는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것이다. 케인스주의가 이런 관념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Pahl과 Winkler는 코포라티즘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적 경제체제로서 통일성, 질서, 민족주의, 성공 등의 가치를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평등한 코포라티즘(스웨덴)과 불평등한 코포라티즘(파시즘 국가)으로 구분했다. 이들은 국가가 코포라티즘을 통해 경제권력을 장악하여 인간의얼굴을 한 파시즘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코포라티즘을 더욱 확대 및 해석하여 현대의 복지국가는 물론 중세 길드 사회주의와 비스마르크 독일제국까지 포괄하는 이도 있다. Forder 등은 코포라티즘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 고전적 코포라티즘이다. 사회를 여러 단체의 집합체로 간주하며, 의회에 대해 부정적이다. 중세의 길드 사회주의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파시즘의 기원이 되었다. 둘째, 19세기의 코포라티즘이다. 새로이 부상하는 노동자계급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등장했다. 자본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국가가 나서서 사회단체들을 조직하여 사회안정을 기한다. 국가가 중앙집권화된 권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자유주의가 부정되기도 한다. 노동자계급을 복종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시장을 통한 지배라는 정통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비스마르크 사회입법) 셋째, 계약 코포라티즘이다. 순순한 다원주의하에 국가가 혼합경제를 지향한다면, 코포라티즘하에서는 국가가 간섭경제를 지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코포라티즈믕로서 현대의 복지국가가 전형적인 코포라티즘체제이다. 자본가와 노동단체들은 최소한의 자율성을 견지하고 있으며, 국가에 이데올로기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예속되어 있지 않다. 단체들은 국가활동에 항상 대표를 파견하기를 원하며, 국가와 단체 간의 협약의 형태를 취한다. 단체들은 원하는 것을 얻은 대가로 사회적 평화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자본가계급은 코포라티즘질서 그 자체의 유지보다는 호전적인 노동운동이나 자유경쟁을 통해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면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복지국가의 경우 코포라티즘은 임금 · 물가 · 복지 등 각 계급의 핵심적 관심사를 절충 · 타협 · 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형태적으로는 삼자협동주의라 하여 국가, 노동, 자본의 대표가 참여한다.
그리고 Wilensky는 현대의 코포라티즘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민주적 코포라티즘으로서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서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직력이 강하고, 중앙집권화된 이익집단들, 예컨대 노동, 고용주, 전문적 조직과 정부가 경제성장, 물가, 임금, 조세, 실업 및 사회복지정책과 같은 주요 과제를 법에 입각하거나 비공식적 협의 기구를 통해서 협의 결정하는 체제이다. 이 경우에 사회복지정책은 일반경제정책 융합되어 있다. 둘째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참여 없는 코포라티즘으로서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공업, 상업, 농업, 전문직 및 정부 간의 협상구조가 준 공적인 체제를 말하는데, 주요 사회경제적 정책을 이 집단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하지만, 노동단체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체로 기업가단체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경제사회적 평등을 지향하는 공공정책이 많이 도입되는 편은 아니다.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노동을 배제하고, 대중들의 사회적 평등 요구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통제로 대응한다. 셋째, 분절된 코포라티즘으로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 복지국가라 할 수 없는 나라들이 이에 속한다. 대부분의 이익집단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매달려 있고, 편협한 이해관계에만 매달린다. 따라서 국가적인 과제를 놓고 협상하고 타협할 여지가 별로 없다.
이상과 같은 학자들의 코포라티즘의 유협에 관한 논의를 정리하면 < 표 7―1 >과 같다. 표에서 확일할 수 있듯이 Schmitter의 사회적 코포라티즘, Forder 등의 계약 코포라티즘, Wilensky의 민주적 코포라티즘이 모두 복지국가의 코포라티즘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다. 이들 모두 민주적(사회적) 코포라티즘을 파시즘과 연결된 비민주적(권위주의적) 코포라티즘과 대비시키고 있다.
< 표 7―1 > 코포라티즘의 유형
학 자 |
유 형 |
내 용 |
Schmitter |
국가 코포라티즘 |
이익단체들이 국가에 종속되고, 위로부터의 권위적 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운영된다. (파시즘) |
사회적코포라티즘 |
국가로부터 이익단체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아래부터의 진화 발전 을 특징으로 한다. (민주적 복지국가) |
|
Forder |
고전적 코포라티즘 |
사회를 여러 직능단체들의 집합체로 간주하며, 의회에 대해 부정적 이다. 중세의 길드 사회주의가 대표적이고, 이탈리아 파시즘의 기원 이 되었다. |
19세기 코포라티즘 |
새로이 부상하는 노동자계급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등장했다. 자본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국가가 나서서 사회단체 들을 조직하여 사회안정을기한다. 시장을 통한 지배라는 정통적인 방법이 통하지 낳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비스마르크 사회입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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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코포라티즘 |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코포라티즘으로서 현대의 복지국가가 전형적 이다. 자본가와 노동단체는 자율성을 견지한다. 삼자협동주의라 하 여 국가, 노동, 자본의 대표가 참여한다. 임금 · 물가 · 복지 등 각 계 급들의 핵심적 관심사를 · 절충 · 타협 · 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 동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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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ensky |
분절된 코포라티즘 |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대부분의 이익집단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매달려 있고, 편협한 이해관계에만 매달린다. 국가적인 과제를 놓고 협상하고 타협할 여지가 별로 없다. |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참여 없는 코포라티즘 |
일본, 프랑스, 스위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업가단체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노동을 배제하고, 대중들의 사회적 평등 요구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통제로 대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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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코포라티즘 |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서독, 조직력이 강하고, 중앙집권화 된 노동, 고용주, 전문직 조직과 정부가 경제성 장, 물가, 임금, 조세, 실업 및 사회복지정책과 같은 주요과제를 협의 · 결정한다. |
그런데 코포라티즘에 대해 논급할 때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것은 지배층 내에서 코포라티즘 정책, 즉 일정한 양보정책을 거론할 때는 사회적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고 노동자들이 정당을 만들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그 세력을 강화하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세력관계에 균일이 와서 기존의 억압적인 노동통제 전략을 고집할 경우 더 큰 파국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낟느 것이다. 미국의 1910년대 외 1930년대 초가 그랬고,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서유럽이 바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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