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복지정책과 경제성장
박정희 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선 성장 후 분배'라 하여 경젱성자에 치중하면서 사회복지가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이 된다고 본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 명료하다. 얼마 안 되는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배분하다. 보면 국민 최저의 복지는 보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투자할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힘들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를 먼저 하고 남은 부분을 조금씩 배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후진국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인식이 고착화되어 우리 국민 대부분을 경제성장과 사회복지를 대립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사회복지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가? 다른 견해도 있다. 국민의 건강과 교육수준을 증진해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보건의료서비스와 교육복지정책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게 하여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은 질병에 걸린 노동력을 치유시켜 노동현장에 복귀시키고, 교육정책은 청년들의 지적 수준을 향상하게 시켜 생산성이 높은 노동력을 배출한다. 이를 인적 자본론이라 한다.
그리고 케인스가 잘 규명한 바와 같이 사회복지정책은 유호수요를 창출하여 경제활동을 진작시킨다. 예컨대, 사회보장연금을 수급하는 노인들은 자신의 연금으로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데, 이들의 구매력은 시장에서의 수요를 증대시키고 나아가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 실업급여 수급 실업자나 공공부조 대상 빈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경제 불황기에 이들의 구매력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케인스 이론은 복지국가를 정당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최근 신자유주의 득세와 함께 설득력을 상실했다. 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오일 쇼크로 경기 휘퇴와 높은 실업률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미국과 영국은 경제에 활력을 떨어뜨린 주범으로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를 지목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케인스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전환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복지국가를 경제성장의 장애물로 간주한다. 이들은 문제 삼은 것은 복지국가의 높은 재정지출이다. 대규모 정부지출은 총 통합량을 증대시키고, 총 토화량의 증가는 인플레를 가져오며, 높은 인플레는 높은 실업률과 결합하여 경제 활력을 약화시킨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사회복지가 경제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근로유인을 약화시킨다고 보았다.
한편, World Bank가 촉발한 사회보장연금의 민영화 논쟁에서 사회보장연금의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World Bank는 기존의 부과방식연금이 국가에 엄청난 재정부담을 주고, 노동생산성을 저하하고,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높은 사회보장세 → 낮은 가처분 소득 = 높은 노동비용 → = 취업률 저하(일부 저개발 국가의 경우 사회보장세를 회피하기 위해 비공식 부분에의 취업이 증가하고, 선진국 고용주는 사회보장세 부담을 임금 인하로 대신하려 한다) →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 경제성장 저하," 그리고 "관대한 연금 → 조기퇴직 →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보너스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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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회복지정책과 투자
사회복지정책, 특히 사회보험은 기업의 투자율에 영향을 미친다. 원론적으로 말해서 기업의 보험료 부담으로 재정이 충당될 때 투자율은 감소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보험료는 기업의 노동비용이고, 또 그만큼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이 크면 클수록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업의 보험료 부담증가 → 이윤 감소 → 투자 여력 감소)
그런데 기업의 보험료 부담이 과중해지면 노동을 자본으로 대치시키려는 유인(자동화)이 발생한다. 즉, 보험료 부담이 큰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를 기술집약적 또는 자본 집약적 산업구조로 대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으로서는 투자 증대를 뜻한다. 투자의 증가와 경제성장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볼 때, 이런 경향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의 확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경제 유리한 경과를 가져온다. (보험료 부담 증가 → 산업구조 조정 → 투자 증대 → 경제성장 → 고용 증대) 그러나 눈앞의 보험료 부담이 더 큰 관심사인 개별 자본가가 이러한 장기적인 투자제고 효과를 어느 정도 중시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경제발전이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와 사회적 부정의를 가져오는 원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회보장의 경제적 투자는 사회보장의 이념과 상치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사회복지정책이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옇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촉진되어야 하고,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높은 저축률이 필요(소비가 미덕이라고 본 케인스와 정반대이다)한데, 사회복지정책 특히 사회보장은 저축률을 낮추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본다.
한편 World Bank가 촉발한 사회보장연금의 민영화 논쟁에서 사회보장연금의 투자 효과를 놓고 논쟁이 있었는데, World Bank는 사회보장연금을 민영화하면 적립된 대규모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어 기업의 투자 여력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World Bank는 완전 적립방식연금의 가장 큰 약점이 할 수 있는 투자수익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가입자들이 투신사의 역량을 전문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단기적인 부침이 있는 경제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투자수익률은 경제의 장기적인 건전성에 좌우되기 때문에 그리 우려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투자 약정과 수익률을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어 투자수익의 위험은 물론 그에 따른 정치적 위험까지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부과방식연금을 지지해 온 국제노동기구와 국제사회보장협회 (ILO/ISSA)는 이런 주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들은 World Bank가 사회보장요금의 민영화가 자본시장의 증대(투자의 증대)를 가져온다고 주장하지만, 칠레는 물론 다른 나라의 자료를 보아도 연금 민영화가 자본시장을 증대시키거나 활성화한 증거는 없었으며, 자본시장의 증대가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중장 역시 연기금 투자대상인 자본시장(주식, 채권 등)보다는 은행과 같은 투자매개 시장이 정보균형, 기관 비용, 거래 비용, 등 투자 효율성이 더 높다는 사실, 다시 말해서, 일본이나 독일과 같이 은행 중심의 투자 패턴을 가진 나라들이 투신사가 투자의 중심축을 이루는 앵글로색슨 국가보다 투자 효율성이 더 높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휘발성, 즉 주식시장은 근본적으로 변동이 심하며 투자 안정성이 은행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에서도 민영화의 투자증진 효과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식시장의 성장이 투자 증대로 이어진다는 것도 증거가 없다. 또한 주식시장의 성장이 저축률을 증대시킨다는 증거도 없다. 주식시장의 성장은 은행 저축과 정부 채권의 단순형태 변화일 수도 있다.
사실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면 적립방식연금 → 투자증대는 맞다. 연기금이 주식과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면, 기업으로서는 주식과 채권의 발행을 통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기금의 투자 증대 효과는 확실치 않다. 저축 관련 변수가 다양한 것처럼 투자 관련 변수도 다양하고 (일례로, 경기전망이 좋아야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데.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주 많다), 강제 저축이 유효수요를 줄여 기업의 투자 유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립방식연금이 저축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지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면 경제성장의 관계는 더더욱 불확실하다. 1998년 하버드 대학에서 열린 사회보장연금 민영화 심포지엄에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인 Henry Aaron이 민영화 반대론자난 찬성론자 모두 민영화가 저축률, 투자율,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했으며, 저축률이 같은 때 연기금을 정부가 관리하거나 아니면 민간에게 맡기건 간에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여기에 시시한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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