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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정책의 이론(5)

사회복지정책론

by 헬페인 2020. 1. 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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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음모이론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에서 신좌파의 확산과 함께 미국 사회복지에 대한 전통적 견해, 즉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사회복지의 확대 · 발전을 설명하는 입장(이상주의적 · 도덕주의적 관점)에 대해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견해가 등장했다. Piven과 Cloward의 빈민규제론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국 태생의 중상층 계급이 자비심에서가 아니라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사회복지제도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대량실업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사회적 무질서를 야기할 때 정부는 공적제도를 확대하고 반대로 고용이 확대되고 사회가 안정되면 복지가 위축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런 견해는 사회복지가 인도주의나 경제적 · 정치적 엘리트들의 선한 의지의 결과라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부정하고, 사회복지의 확대는 서민들이 생활 처지의 추락과 궁핍화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책이라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복지의 진정한 수혜층은 지배계급이라는 것이다.


  Piven과 Cloward는 구빈제도의 성립 원인과 그 지속 원인에 관한 연구를 통해, 구빈제도는 노동을 규제하는 데 일차적 목표가 있으며, 그 방법은 대량 실업의 발생시 질서 회복을 위해 실업자를 흡수 · 통제하거나, 노동 무능력자 집단을 구빈 대상으로 삼아 그 처우를 열등하게 하여 대다수 노동자의 두려움을 유발시킴으로써 노동 이탈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같은 노동규제는 자본주의 경제에 내재해 있는 불안정과 긴장으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지주나 공장주와 같은 지배층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소요와 폭동을 규제하고자 하였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정부와 정치는 구에 대한 대응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즉 경제적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구빈 책임과 부담을 증대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지역 주민의 조세 부담이 증가하여 불만이 제기되면 중앙정부가 개입하고, 단 혼란이 전국적이지 않으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구빈 책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빈민은 구걸, 절도, 시위, 방화, 소요로 표출했으나 선거제도 하에서는 통치자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가 가능해졌다. 인플레, 주택 부족, 지방세 증대, 실업 등의 사회문제는 정치지도자를 위협한다. 정치지도자는 이의 해결을 위해 막강한 정부권한과 지원을 동원한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이것이 실패하면, 정치지도자는 실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의 대공황기 공공복지제도의 도입에서 보듯이, 경제적 불황에 의해 야기된 정치적 혼란기에 정치지도자는 구빈제도의 확대를 통해 불만을 가진 집단을 정치적으로 재통합시키려고 노력한다.


  Piven과 Cloward의 주장을 요약하면, 사회복지정책은 복지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무질서를 해결하고, 노동규범을 강제하기 위한 억압책"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이론은 복지의 음로이론이다. 음모이론에 의하면, 사회복지정책에 관한 의사 결정은 지배층의 장기적 계획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지배층은 자신들의 이익에 기초하여 정책을 실행하고 그 결과는 피지배층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정치인이나 정책결정자는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빈민이나 부랑자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고, 사회문제에 대해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며,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결과인 불평등을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음모적이다.


  이들의 빈민규제론에 대한 미국 학계의 반향은 상당히 컸다. Trattnet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역사학자들은 1980년 4월 미국 역사학대회 "사회복지냐 사회통제?" 분과를 통해 Piven과 Cloward의 사회통제론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그 결과를 책으로 엮어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18세기 후반 필라델피아의 사회복지시설, 1870~1900년대의 거택보호, 1900~30년의 과부연금운동, 1965년의 사회보장법 등의 사례분석을 통해 사회통제론의 기본 명제, 즉 공적 구호제도가 박애나 자선보다는 사회통제를 위해 기능한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고, Piven과 Cloward가 부정한 인도주의가 가장 분명한 동기였음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같은 책에서 Piven과 Cloward는 전통적인 인도주의 관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나아가 1980년대 미 대선에서 레이건 당선되면서 등장한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저서를 통해 자신들의 명제 역, 즉 사회적 프로테스트의 위협이 사라지고, 사회가 보수화되면, 공적 사회복지가 후퇴한다는 사실을 증명코자 노력했다.


  사실 음모론의 이론적 현실적 · 타당성은 대단히 크다. 특히 갈등기 또는 정권교체기에 등장하는 사회복지정책에서 음모론의 타당성을 더욱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정당성의 확보 또는 정치권력의 재생산을 '위하여' 사회복지정책을 도입 및 확대한다는 논리를 통해 우리는 사회복지정책의 본질를보다 명확히 폭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모론은 본질적으로 동기론으로써 정책결정자의 의도보다는 사회복지정책의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회복지정책의 실패(사회의 평등화, 복지의 확대, 소득분배, 기타 사회복지정책의 명시적 기능의 실패)를 지적함으로써 음모론의 타당성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기원에 대한 대답을 정책의 결과에서 구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 앞에서는 근본적으로 취약해지는 문제를 지닌다. 다시 말해서, 증거를 대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파적 입장에서 마르크스주의 사회복지정책을 비판한 Pemberton의 주장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즉, 복지의 사회통제 기능이 지배계급의 의도한 결과인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지 명확지 않을뿐더러 의도한 결과라고 할 때 그 의도성을 증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Pemberton은 복지제도가 복지의 주된 대상인 노동자, 빈민, 노인, 장애인, 등의 혁명의식을 약화 또는 무력화시킨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 역시 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였으며, 실업자뿐만 아니라 노령자 · 장애인 · 과부 · 상이군인 등도 복지대상인데 과연 이들도 '위험한 계급'인가 하고 반문하였다.


  음모 이론적 입장은 미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정치경제 학적으로 연구한 Navaro도 매우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국 보건의료 제도에 대한 좌파적 입장은 크게 급진론인 '문화 비평적 전통'과 '정치경제학적 전통'으로 나뉜다고 하면서, 급진론 자(=음모론자)들은 사회적 관계를 기본적으로 상의한 권력을 가진 사람 간의 직접적인 대인관계로 간주해 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관계 특히 계급관계는 개인들 사이의 지배와 복종 같은 대인관계와 동의어가 되어 버린다. 이는 정치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인의 권력도 의료 지식과 행위의 전문적 독점에 의해 나오는 것이 된다. 즉, 의료권력은 상층계급의 인종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 백인, 남성, 의사, 지식과 권력의 소유자들에 의해 오염된 과학, 그리고 그러한 과학에 대한 통제로부터 나오는 것이 된다. 따라서 해결책은 의료인력의 계급, 성, 인종적 배경을 바꾸어 버리고 의료전문직에는 봉사의 윤리와 소명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은 주입하여 의료의 지식과 행위를 탈 오염시키는 데 있다. 이는 지식과 행위를 제도와 분리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자신들이,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빈민에 대한 엘리트의 반응이라는 측면보다는 노동자계급이나 빈민의 투쟁이 미국의 공공부조 발전에 더 결정적인 동인이 되었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되었다고 반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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